詩人金光圭推出新詩集堅持承襲詩的本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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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시대의 물결 저만치 떨어져서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허튼소리 하지 말게/모름지기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타고/시대와 함께 흘러갈 줄 알아야지/그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힘 있게 노래했던 김광규(66사진) 시인의 시어가 언제부턴가 친구들에게 허튼소리처럼 들렸다.
    시대와 함께 흘러가는 그 많은 동시대인을/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망연히 물가에서 바라보았다/도도한 물결을 타고 그들은 자랑스럽게/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강물을 타고 흘러가는 사람들과 물가에 선 자신과의 거리는 시간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강은 이상해서, 간 사람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모두가 손 흔드는 사람들만 볼 때 시인은 그 강이 돌아오지 않는 강임을 알아차린다.
    김광규 시인이 새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을 냈다. 그는 지난해 한양대 교수 직에서 퇴임하고 전업 시인이 됐다. 시간의 손에 등을 떠밀려 생업 현장에서 물러선 셈이라고 한다.
    아홉 번째 시집을 내는 그가 시작에 전념할 일이 여생의 수업으로 남았으니 다행이라고 겸허하게 말한다.
    뒤에서 슬며시 등을 떠미는 듯/보이지 않는 손/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부드러운 손(효자손에서)이라고 노래하듯, 새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평생 간직해 온 수첩이나 주소록을 잃어버리는 것이고(어느 날), 내 몸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살다가 언제부턴가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고(몸의 소리), 건강은 걱정 없다고 억지로 웃던 친구의 부음을 문자 메시지가 전하는 것이다(문자 메시지). 쉬이 이해되는 만큼 쉬이 쓰인 것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른 데서 느끼는 시인의 현기증은 시 곳곳에서 전달된다.
    김 씨는 일상시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난해한 실험시가 주류인 최근의 시단에서 평이한 언어로 쓰인 김 시인의 작품은 시가 쉽게 이해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장르임을 새삼 일깨운다.
    모처럼 캄캄하고 조용한 저녁/거북하게 코를 높인 탤런트의 인조눈물 대신/피자배달 오토바이가 방정맞게 달려가고/행인들 지껄이는 소리에 섞여/골목길에서 개 짖는 소리/옆집 아줌마가 퍼부어대는 악다구니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웃과/동네의 소식 들려왔다(잠깐 동안 정전에서)
    TV를 보던 어느 날 밤 정전으로 사방이 캄캄해졌다. 눈이 어두워지자 귀가 열렸다. 벌레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 소리가, 인조눈물 흘리는 탤런트의 가짜 울음소리에 가려졌던 것을 깨달았다. 원래 있었던 것의 소중함을 전해 주는 시인 본연의 역할을 김 씨는 충실하게 맡아 해낸다.
    別讓人說“不是的,不是那樣的”/那樣的廢話/應該懂得乘著應有的歷史波濤/與時代一起流走……/對于那個朋友的話我慢慢點了點頭?!埃ㄔ凇洞蠼瓥|去》中)
    曾經高歌“不是的,不是那樣的”的詩人金光圭(66歲,照片)的詩句不知從何時開始在朋友們聽來變成了“廢話”。
    “因為對于那許多和時代一起流走的同時代人們/根本無法跟得上/而茫然地在江邊呆望/乘著兇猛的河流他們自豪地/揮著手流走?!?BR>    乘著江水流走的人們和站在江邊的自己的距離應該是“時間”的另一個名稱。但是那條江非常奇怪,流走的人們“永遠不會回來”。當所有的人都只看著揮手的人們的時候,詩人領悟到了那條江是“無法回來的江”。
    金光圭發(fā)行了新詩集《時間柔和的手》。他去年從漢陽大學教授職上光榮身退,成為了“全職詩人”。他說:“相當于是被時間的手從背后推動,而退下了生業(yè)現場”。
    此次發(fā)行個人第九本詩集的他謙虛地表示:“專注于詩作的事情成為了余生的工作,真是萬幸。”
    像歌頌“好像從背后悄悄推我的背一樣/看不見的手/無法倒退的時間的/柔和的手”(在《孝子手》中)一樣,貫通新詩集的主題是“年齡逐漸增長”。
    那是丟失了珍藏一生的手冊或地址錄(《某一天》),一直在連身體的存在都不知道的情況下生活,不知從什么時候開始身體到處都在叫囂著疼痛(《身體的生音》),曾說不用擔心健康勉強露出笑容的朋友,其訃告通過手機短信被傳達(《手機短信》)。作品雖然讓讀者容易理解,但并不是很容易寫出來的。在詩的各處都傳達了在20世紀和21世紀交匯的時候所體會到的詩人的眩暈癥。
    金光圭是以“日常詩”而聞名的詩人。在難以理解的試驗詩作為主流的最近詩壇,金光圭用平易的語言寫出的作品重新讓人明白了“詩是容易理解,卻能讓人受到感動的藝術”。
    “在難得漆黑安靜的夜晚/代替不自然地墊高鼻子的演員流下的人造眼淚/送比薩餅外賣的摩托車匆忙開走/參雜在行人們啰嗦的聲音中/在小巷里狗叫的聲音/鄰居家的大媽破口大罵的聲音……真是久違地聽到了鄰居和/周圍的消息”(在《暫時停電》)
    在看著電視的某個夜晚,因為停電四周變得漆黑。眼睛看不見,耳朵被喚醒。蟲鳴生,樹葉掉落的聲音。懂得了無論在何時何地都能聽到的那種聲音,被流下人造眼淚的演員的假哭聲所掩蓋。金光圭忠實地完成了詩人的本職工作,讓大家明白原來擁有的東西才是最珍貴的道理。